"불의를 제지한다거나, 책임이 따르더라도 제 신념을 관철할 여지가 있다는 부분에서, 검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월의 쌀쌀한 겨울, 진희 검사와의 인터뷰를 위해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을 찾았다. 약속 시각보다 일찍 도착한 필자가 전화를 걸자 몇 분 뒤에 김진희 검사가 검찰청 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직접 만난 그녀는 전화상에서의 똑 부러진 목소리와 다르게 제법 소탈한 모습이었다. 그녀를 따라 검찰청 안으로 들어가 사무실에서 편안한 분위기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에서 만난 김진희 검사>
"반갑습니다. 법대 00학번 졸업생 김진희이고, 2008년도에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지금 마산지청 형사1부에서 4년차 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이 인터뷰를 보게될 친구들 중에 신입생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먼저, 검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또 그 부서에 대해서 먼저 여쭙고 싶습니다.
"음, 일단은 검찰 내 부서는 세 가지로 나뉘는데, 특수, 공안, 형사부로 나뉘어요. 제가 근무하는 마산지검 같은 경우에는 지청이기 때문에 형사 1부 하나밖에 없어요. 지금 저는 공안과 기획을 전담하고 있고요. 공안은, 쉽게 말씀드리자면 공공의 안전이죠. 집화나 시위, 국가의 전체적인 질서들에 관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올해 공안에서 가장 큰 이슈는 6월달의 지방선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획은 청 전체에서 있을 일에 대해 계획한다거나,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고요.
검사는, 경찰서에서 송취된 사건기록의 기소 여부 판단을 하죠. 기소 독점주의로 형사소송법 상에서 검사만이 공소 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기소 처분을 하면 사건은 종결이 되고, 기소를 하면 재판이 회부가 돼서 형사사건이 시작되는 거죠. 공판 관여, 재판 진행부터 형의 집행까지 전부 다 검사가 관여합니다. 전체적으로 그런 일들을 맡고 있어요."
Q. 그렇군요. 선배님이 생각하시는 검사란 어떤 직업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검사라는 직업은 ‘보는 눈이 많은 직업’ 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는 법조인에 대한 특권의식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특히 검찰같은 경우에는 권력의 주구 같은 이미지로 각인이 돼 있어 견제 또한 많이 받고 있습니다.
검사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을 뽑자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법조인이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일을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 과정에 있어서 불의를 제지한다거나, 책임이 따르더라도 제 신념을 관철할 여지가 있다는 부분에서, 검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하루 일과가 어떤지 궁금한데요, 하루에 담당하는 사건은 몇 건 정도 되나요?
"오전에 출근을 하면, 회의가 있거나, 보통 서류작업, 기록 검토를 해요. 아, 그리고 민원인이 많이 오시는데, 직접 만나야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민원인 응대도 하곤 합니다. 오후 때가 되면 사건 조사를 해요. 당사자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직접 듣는 건데, 보통 물적 증거는 경찰서에서 수집을 해 오거든요. 그걸 토대로 해서 사건이 정말 어떻게 된 건지 실제 이야기를 듣는 거죠. 사건의 경중에 따라서 5시간 동안 얘기를 들어도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근무시간이 끝나고 나면, 보통은 그날 조사했던 사건의 서류정리를 하고,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저녁에는 결정문을 쓰죠. 하루에 사건은 적을 경우에는 다섯 건 정도, 많은 경우에는 10건 이상 배당이 돼요. 사건의 경중에 따라서 수사 시간도 달라지죠."
Q. 피의자 심문은 심문하는 검사도 심리적으로도 힘들 것 같은데요.
"힘들어요. 집중력이 필요하고.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오면. 그 사람의 말에서 모순을 찾아내야 하잖아요.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진술을 듣는 일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굉장히 피로하죠. 제게 하소연을 한다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분들도 계시구요."
검사에겐 야근이 일상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피곤할 때가 많다며 입을 열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도 휴일인 토요일이었다. 사법시험에 관한 질문들을 꺼내자 기억을 더듬는 듯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냐’ 는 질문에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내내’ 라고 대답했다.
Q. 사법시험 준비할 때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사법시험 준비하면 내내 힘들어요. 왜냐하면 불확실한 미래를 안고 가거든요. 시험에 붙을 거라는 확실함이 없으니 심리적으로 계속 불안한 거죠. 그 불안이 제일 크고, 준비하는 내내 그런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몸까지 힘들게 하죠. 이게 언제 끝날까. 그리고 만약 떨어진다면, 이걸 그만 두고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도 하게 되고요."
Q. 그 불안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매일 매일이 도를 닦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이라기보다 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 자신을 언제나 스스로 격려했어요."
Q. 시간 관리나 자기관리 또한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하셨나요.
"핸드폰을 해지하고 고시원에 들어갔어요. 항상 규칙적으로 생활했죠.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체력이 제일 오래 가더라고요. 잠자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식사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지냈습니다. 식사도 많이 먹으면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에, 식사량도 항상 조절했어요. 운동도 꾸준히 했습니다. 공부하면 두통이 자주 와서, 조깅을 자주 했어요. 이틀에 한 번씩은 꾸준히 했던 것 같아요."
Q. 숙명에서 법학을 전공한 경험이 검사 생활에 있어 도움이 되었는지요?
"어떤 직업이던 간에 법학과목 공부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안정화된 법치주의 사회잖아요. 그 속에서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사회 시스템의 기본 원리에 관해 이해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 점에서는 법학을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검사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초임 때 제일 처음 맡았던 구속사건이 기억에 남죠. 상해사건이었는데, 초임이었기 때문에 부장님이 직접 현장에 나가보라고 하셨거든요. 보통 검사들이 현장에 나가는 경우는 적어요. 사건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경찰들이 이미 현장을 조사해서 자료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굳이 갈 필요가 없거든요. 그때 입원한 피해자한테 가서 직접 진술서도 받고, 사진도 찍어오고, 발로 뛰어서 살인 미수로 바뀌어 기소가 됐거든요. 아무래도 가장 처음 맡았던 구속사건이고, 또 현장에 직접 가보기도 하고, 죄명까지 변경해서 기소를 했으니까 그 사건이 기억이 많이 나요. 피해자 가족 분들에게 ‘피해자 지원 제도’를 알려드려서 직접 도움을 주기도 했고요."
<집무 중인 김진희 검사>
Q. 검사로서 겪는 힘든 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검사들의 정원은 적은데, 형사사건은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그 수에 비해 할당량이 제법 많죠. 대부분의 검사들이 평일에는 야근을 한다고 보면 돼요. 그래도 제일 힘든 점은 결정에 있어서의 어려움인 것 같아요. 기소 불기소를 결정할 때에, 내가 내리는 결정이 상대방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잖아요. 그 부담감이 가장 큽니다."
Q. 마지막으로, 미래 법조인을 꿈꾸는 숙명인들에게 해 주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교 때는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해 보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학회나 동아리, 대회 참여 같은 활동을 해 보는게 좋아요. 아무래도 학생이기 때문에 가장 기회가 많은 것은 대학생이니까요. 선택의 폭이 넓어서 선택이 조금 힘들 뿐이죠. 아, 그리고 20대 초반에는 꼭 연애를 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웃음)
그리고 법대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내가 숙대생인데 사시에 붙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국 사법시험은 점수이고, 더 많은 점수를 얻으면 합격하는 것이니까요. 자기를 믿어야 해요. 소속이나 학벌 문제로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우진 (숙법통신원, 법13)
'숙법인 > 동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문 인터뷰] 이화여대 로스쿨 2기 최서현 동문 (법09) (0) | 2015.05.07 |
---|---|
[동문 인터뷰] 희망제작소 심보라 동문 (법06) (0) | 2015.05.07 |
[동문 인터뷰] 경희대/외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동문들 (0) | 2015.05.06 |
[동문 인터뷰] 다음커뮤니케이션 양유경 동문 (법07) (0) | 2014.04.03 |
[동문 인터뷰] 법원공무원 숙명 동문회 (0) | 2014.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