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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대로(law)

[法대로] 장애인 인권 보장, 그 당연한 권리


장애인 인권 보장, 그 당연한 권리

장애인의 인권 보호,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지난 3월 13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연탄불 3장을 피운 채 사망했으며 일반 노트 4장 분량의 유서가 현장에서 발견됐다. 남겨진 유서에는 “아들이 발달장애로 아빠, 엄마도 알아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가족에게 미안하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치료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는 최근 아들이 병원에서 발달장애 확진 판정을 받자, 이 문제로 괴로워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발달장애아동을 둔 가족이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발달장애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들 역시 평생 함께 해야 할 문제이기에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장애인 맞춤형 서비스 실현되나


이에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발달장애인법제정 추진연대’(이하 발제련)는 성명을 통해 연이은 죽음에 대한 무책임한 정부에 분노를 표하고, 현재 2년째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발달장애인법의 제정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작년 5월 발제련의 노력으로 발달장애인법이 발의되었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도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이다. 이에 정부는 계류 중인 법률안 및 해외 입법사례를 참고하여 올해 말까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법에는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지원체계 구축, 권익옹호 지원활동, 성년후견제 지원 등이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 3월 2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장애인정책 국정과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장애인등급제 전면 개편안이다. 이전부터 장애계는 “장애인의 몸은 고깃덩어리가 아니다, 낙인을 찍지 말라.”고 외쳤는데, 이날 확정된 추진계획에 따르면 장애인등급제는 2017년에는 전면 폐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장애등급을 중증과 경증 또는 중증, 경중증, 경증 등 2~3개로 단순화할 계획이다. 기존 장애인등급제는 시각, 청각, 지체 등 15개 장애유형을 의학적 기준에 따라 1~6급으로 나누고, 그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신체적 기능과 손상 정도로만 등급이 결정되는 제도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했다. 장애계 역시 등급으로 낙인을 찍고 점수로 복지를 결정하는 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며, 기존의 등급제를 개인의 욕구와 사회․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장애판정기준을 마련하여 맞춤형 서비스체계로 전환할 것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내년까지 등급 단순화를 위한 법령 개정에 착수하고 종합판정체계를 도입․연구하여, 2017년까지 시범사업을 거쳐 기존 장애인등급제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장애인정책 국정과제들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장애인들의 삶의 질도 지금보다 많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애인에게 이동의 자유를


다음으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이다. 2001년에 장애인수직리프트 추락참사가 발생하자,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그로 인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실행되었다. 국토해양부 통계수치에 의하면 지체장애인은 주로 버스나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고, 시․청각장애인은 주로 버스나 지하철,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다. 하지만 저상버스는 재정 등의 이유로 도입 비율이 14%로 현저하게 낮을 뿐만 아니라, 리프트를 내릴 때 화단 등의 장애물이 있는 정류장이 많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장애인콜택시 역시 공급량이 부족해 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허다하다. 현재 법안은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의 도입을 지자체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에 대한 강제수단이 없어 법규범으로서의 이행강제력이 취약하다.


이에 정부는 2017년까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해 단계적으로 전국 시내버스의 41.5%까지 저상버스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정부는 법정기준 보급대수 (1,2급 장애인 200명당 1대 이상) 대비 57%에 불과한 특별교통수단의 보급률도 100%까지 달성하겠다고 계획했지만,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인천의 경우 2013년에 장애인콜택시 법정대수 대비 96.4%에 이어 올해 5대를 추가 도입해 100%를 달성했다. 이 밖에도 일반 보도나 저시력자들을 위한 계단, 높은 문턱 등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건물․시설 설계, 비장애인의 협조 등 개인적․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 비하언어·태도 개선 위한 '블루 캠페인'


지난 4월 1일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이하 스페셜올림픽위)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블루 캠페인'을 펼쳤다. 그 일환으로 법무법인 김앤장의 사회공헌위원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장애자, 맹인, 불구자, 정신병자 등 장애인 비어가 57개의 법령, 83개의 행정규칙에서 나타났다.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검색된 비하 용어는 정신병자, 맹인, 불구자, 간질병자, 장애자, 농아자, 심신박약 등 9개이고, 장애자는 헌법뿐만 아니라 형법, 형사소송법, 치료감호법 등 법률에 14차례나 등장했다. 이 밖에도 법무부 예규, 국토교통부 고시, 공정거래위원회 인사관리 규정 등 행정규칙에는 61차례나 나왔으며, 정신병자는 국립산림과학원 예규·통일부 훈령· 법무부 예규 등에, 불구자는 한국전력거래소 내규, 간질병자는 국토교통부 훈령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장애인 비하 법률용어들 중 일부는 순화된 단어가 있지만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 그 예로 장애자, 불구자, 맹인은 장애인, 시각 장애인 등이 있다. 일부는 순화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태이다. 스페셜올림픽위는 일각에서 정신병자의 경우 지적 장애인을 칭하는 경우가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으며, 김앤장은 농아자, 심신상실, 간질병자, 심신박약 등을 비하용어로 간주할지는 장애인단체를 포함한 사회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스페셜올림픽위는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공공 언어부터 순화하자는 취지로 법률용어 개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법제처와 체결하기로 했다.



개인적․사회적 측면에서의 실질적인 방안 필요해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장애인들의 인권 및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일들이 많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피부에 와 닿는 법안 제정과 같은 제도적 측면에서의 방안이 필요하다. 관련 법안 제정에 장애계의 요구가 관철되고, 정부 역시 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복지국가의 대열에 한 걸음 다가섰으면 한다.



<이가은 기자>




* 위의 글은 숙명여대 법과대학 <법지法誌> 제30호(2014)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