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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대로(law)

[法대로] ‘저작권’ 없는 개그 유행어 아이디어 사회, ‘개그 유행어’의 저작권 인정을 고려해 보아야 할 때

저작권없는 개그 유행어 

아이디어 사회, ‘개그 유행어의 저작권 인정을 고려해 보아야 할 때

 

올해 1KBS2의 인기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중국 위성채널 동방위성TV’에서 리메이크되어 <생활대폭소>라는 제목으로 전파를 탔다. <개그콘서트>의 여러 인기 코너들이 중국 개그맨들에 의해 그대로 재현되었으며 KBS는 이를 통해 수억 원가량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직접 코너를 고안해냈던 개그맨들은 정작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개그맨들이 창작해낸 유행어나 개그에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했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중들의 기억에 남기 좋고 전파력이 뛰어난 유행어라는 소재를 광고주들은 거리낌 없이 광고에 활용했지만, 개그맨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상업적으로 무분별하게 이용되더라도 아무런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특히 유행어는 저작권법에 의해 창작성 그 자체를 인정·보호받기가 힘들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한 포털사이트에 올린 답변에서 보편적인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어구나 문장, 단어 등은 저작물로 보호되기 어려우며, 한 문장 정도의 문구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되지 아니한다는 판례들이 다수 있다고 밝혔다. 어구나 단어 몇 개를 조합한 문장은 아무리 독창적일지라도 그 저작물 보호를 사실상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그맨들이 직접 나서서 저작권을 인정받으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2010, 컬투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국내 코미디는 작가주의적 개그가 아닌 개그맨들의 100% 노력으로 창조되고 있다. 결과물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도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개그 저작권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한편, 개그 저작권의 보호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한 지상파 예능국 간부는 코너의 완성과정에서 피디나 동료 개그맨 등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보태지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의 것으로 규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상파 예능PD개그는 많은 이들이 따라 해야 하는데, 저작권료를 물리면 드라마나 예능에서 누가 사용하겠느냐며 개그 저작권 보호에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참작하더라도 개그맨들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일체 배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겨레>에 따르면 저작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김민승 변호사는 현 저작권법에 의하면 개그맨들은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아이디어를 내어 고유의 창작물을 만든 당사자가 어떤 이득도 취할 수 없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고 밝혔다.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현 사회에서, 그 가치에 걸맞은 합당한 권리 부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조연희 기자(법 15)


* 이 글은 법지 제33호 (2015)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