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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대로(law)

[法대로] 빛 좋은 개살구 난민법, 해결 방법은? 대법원, “법뿐인 난민 보호, 제도 확립과 사회 합의 필요해”

빛 좋은 개살구 난민법, 해결 방법은?

대법원, “법뿐인 난민 보호, 제도 확립과 사회 합의 필요해

 

 

정부가 그 사람들에게 밥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생명에 위협을 받으면 어디든 피난할 수 있는 것이 인간 권리이므로, 그걸 인정해주자는 겁니다.” 이는 이호택 피난처’(난민 구호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 대표가 난민 수용 반대 여론에 대해서 한 대답이다. 지난 2009, 이 대표가 난민 수용에 관한 기사를 쓸 때만해도 한국 여론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2012년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였고, 난민의 인권 신장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난민법 제정 이후 난민의 자유와 생계를 보장하고자 하는 우리 법원의 태도가 반영된 두 판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행정법원2015. 06. 18. 선고 2015구단50576 판결


원고는 나이지리아 BAMA 족의 족장직을 승계하고 부족원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인정했다는 이유로 무장 종교단체인 보코하람의 공격과 협박을 받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이에 그는 한국에 입국한 후 서울출입국관리소장(이하 피고’)에게 난민인정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에게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이하 두 명령을 합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순수하게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고자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바로 난민인정신청을 하였음에도, 피고가 아무런 심사 없이 이 사건 각 처분을 한 것은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법원은 원고가 입국심사 없이 대한민국에 입국한 사실은 명백하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의 처분사유는 인정하였다. 그러나 난민인정신청이 명백하게 남용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 그 심사기간동안 난민은 그 국가에 체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난민편람, 소송이 진행 중인 난민신청자는 강제로 본국 소환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난민법을 들어, 피고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법원은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과 원고가 한국에 입국한 후 1개월 내에 난민인정신청을 한 점 등을 들어 원고가 난민인정신청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더불어,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벌금을 물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었기에 이 사건 처분이 너무 가혹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피고는 강제퇴거명령은 그 특성상 난민의 지위에 관한 소송들이 종료될 때까지는 집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즉 이 처분으로 인해 얻는 공익보다 원고의 불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본 법원의 판단에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해, 강제퇴거명령은 어떠한 사유로든 일단 집행되어버리면 그 위법성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명령 단계에서부터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아, 피고의 반론을 들어주지 않았다.


또한 피고는 보호명령에 관하여 난민은 일정한 주거지나 연고지 파악이 어려우므로 그들의 신병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보호명령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무분별하게 인정한다면 사실상 난민신청자는 모두 난민인정절차가 끝날 때까지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므로 이들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판례는 난민인정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들의 자유를 과하게 침해하는 대한민국의 행정적 처분을 정지함으로써 그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자유를 보장해주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다음에 소개할 판례는 보다 더 근본적으로 난민들의 생계유지를 보장한 사례이다.


서울행정법원2013. 10. 10. 선고 2013구합13617 판결


원고는 미얀마 국적의 소수민족인 친(Chin)족 출신의 침례교 목사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하 피고’)으로부터 체류자격 외의 활동에 대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일을 하고 임금을 받았다. 이는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초범이었기 때문에 범칙금 처분을 받고 체류자격 외의 활동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원고는 난민불인정 처분을 받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체류외의 활동허가기간의 연장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원고가 일하였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피고는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을 하였다.


원고는 이의신청심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한국으로부터 생계유지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실정을 무시한 채 취업활동을 이유로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전에 불법취업활동을 하던 중 적발되었음에도 이를 반성하지 않았고 난민협약에 따르면 체류국의 법을 위반하였을 경우 강제퇴거명령이 가능한 점 등을 들어 자신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반박하였다.


이에 법원은 강제퇴거명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행정의 편의성만을 고려해 원고에게 생계유지를 위한 지원을 하지 않은 채로 취업도 못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였다고 봤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우리 헌법은 물론 난민협약과 난민법 모두에서 중요시하는 가치이다. 그럼에도 난민인정신청을 남용하는 상당수의 사람 때문에 제도적으로 모든 지원을 막아, 선량한 사람을 구제하지 않는 것은 부조리하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또한 미얀마 내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종교의 자유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원고가 박해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인정되어 원고가 난민인정신청을 남용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에게 더욱이 원고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두 판례 모두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난민들이 어떠한 사유로도 인간다운 삶조차 영위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고, 우리가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난민법이 시행되었지만 우리나라의 난민 수용률은 20157월 기준, 4.2%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출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 뿐만 아니라 난민들은 난민자격을 얻기 위해 1년 이상의 긴 시간을 기다려야하고, 인정받더라도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법 제정으로 인해 난민 보호의 근거는 마련되었으나 제도의 확립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난민 수용이 더 이상 남의 일이라고만 볼 수 없는 현 사회상황을 고려하여, 난민인정 및 구호 제도의 확립과 사회적 합의가 촉구된다



정혜지 기자(법 15)



* 이 글은 법지 제33호 (2015)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