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국적난민과장 차규근 변호사님께 난민에 대해 묻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변호사님께서는 변호사로 종사하시다가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서 5년간 국적난민과장으로 일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호사로 종사하시다가 법무부 국적난민과장으로 일하시게 된 동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또한, 현재는 난민 관련해서 어떠한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2006년 법무부에서 국적과 및 난민과 관련된 업무들을 맡아서 하는 국적난민과를 신설하였습니다. 국적난민과의 국적난민과장은 개방직으로서, 민간전문가의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제가 국적난민과장을 지원할 당시, 일본유학을 끝마칠 무렵이었고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신분이었기 때문에 국적난민과장으로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일본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변호사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면, 의뢰인의 관계를 비롯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국적난민과장에 지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더불어 적절한 지원 시기뿐만 아니라 평소에 가지고 있던 난민문제에 대한 관심 또한 지원동기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법무부 최초의 개방직 국적난민과장으로 2006년 6월에 취임하여 2년간 근무한 후 1년씩 3번 임기를 연장해 법정상한인 5년을 근무하였습니다. 현재는 5년간의 법무부 국적난민과장으로서 다양한 업무를 처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법무법인 ‘공존’을 설립하여 출입국·체류·영주권·국적의 분야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적난민업무와 외국인의 체류와 관련된 법적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저는 현재 한국에서 이민법변호사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민’, ‘인도적 체류자’, ‘난민신청자’의 정확한 정의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우선, ‘난민’, ‘인도적 체류자’, ‘난민신청자’의 정확한 정의는 난민법 제2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난민법 제2조에 따라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이하 “상주국”이라 한다.)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합니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법상 “난민에는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난민신청자는, “대한민국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으로서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인 사람, 난민불인정결정이나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의 기각결정을 받고 이의신청의 제기기간이나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의 제기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그리고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람”을 말합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에 대해 중요한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우선 이들 모두 난민법 제3조에 따라 강제송환금지원칙의 적용을 받고 있으므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국외로 송환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이점으로는, 난민인정자의 경우에는 난민법 제30조 이하에 따라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고 기초생활보장, 초중등교육, 사회적응교육 및 직업교육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외국에서 취득한 학위나 자격에 대해서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난민법 제37조에 따라 난민인정자의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는 입국이 허가되어 가족결합권도 보호됩니다. 반면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법 제39조에 따라 취업활동의 허가만 받을 수 있으며, 난민신청자는 난민법 제40조 이하에 따라 생계비 지원, 주거지원, 의료지원, 초중등교육 그리고 일정한 조건 하에서 취업활동의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난민신청현황 및 절차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한국의 난민신청현황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2015년 7월 31일 기준 한국의 누적 난민신청자는 12,208명이며, 그 중 난민인정자는 522명, 인도적 체류자는 876명, 난민불인정자는 4,684명, 난민신청 철회자는 1,651명이며 아직 심사 중인 자는 4,475명입니다.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 7월 1일 이후 신청자는 6,629명이며, 파키스탄이 1,192명으로 최다이고, 이집트가 1,106명, 중국이 563명으로 뒤를 잇습니다.
난민신청은 전국 각지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및 출장소에서 할 수 있으나, 면접 등 구체적인 심사절차는 8개의 거점사무소(서울, 인천공항, 광주, 부산, 여수, 제주, 화성보호소, 청주보호소)에서 이루어집니다. 심사결과 난민임이 인정되면 난민인정자의 지위를 부여받게 되며, 3년 마다 갱신이 가능한 체류자격이 부여됩니다. 난민임이 인정되지 않을 때에는 법무부에 이의신청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에서는 난민법 제25조 이하에 따라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에 관한 결정을 전담하는 ‘난민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을 시행한 국가입니다. 이에 관해 난민법 시행 배경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 12월 3일,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하였습니다. 그 후 1993년 12월 10일 난민 관련 조항을 신설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1994년 6월 30일에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었으며, 1994년 7월 1일 자로 개정 출입국관리법이 발효됨에 따라 1994년 7월부터 난민신청 접수를 개시하게 되었습니다.
난민신청자는 2004년부터 한해 100명을 넘기 시작한 이후 2005년에는 400명, 2007년에는 700명을 넘을 정도로 급증하였으며, 2011년부터는 한해 1,000명 넘게 신청하기 시작하여 독립된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도에는 1,574명이, 2014년에는 2,896명이 난민신청을 하였습니다. 이렇듯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난민신청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시대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난민법이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난민법은 정부입법이 아닌 난민 분야에 관심이 높은 시민단체의 변호사님과 전문가분들의 의원입법을 통해 제정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7월 1일 아시아 최초의 독립된 난민법이 시행되었습니다.
◆◆난민법이 시행된 이후, 이전과 달리 공항에서도 난민신청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공항에서의 난민신청과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통과하기 전에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 난민법 제6조의 ‘공항만 난민신청’ 절차에 따라 처리됩니다. 공항만 난민신청은 대한민국에 입국시키고 난민심사절차에 회부할 것을 신청하는 것으로, ‘난민신청자’ 자격을 얻기 위한 신청입니다.
난민법 시행령 제5조에서는 불회부사유들을 규정하고 있으며, 실무상 불회부 되는 경우가 회부되는 경우보다 많습니다. 공항만 난민신청자들은 난민법상 난민신청자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난민법상 난민신청자가 갖게 되는 권리들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회부 결정을 받은 후에 그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당해 신청자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송이 끝날 때까지 송환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송환되지 않는 동안 신청자가 머무를 공간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환승구역 내의 ‘송환대기실’이라는 공간에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형태로 머무르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 송환대기실이 보도된 이후 이와 관련된 문제는 개선되었습니다. 2014년 10월 31일부터는 송환대기실을 개방형으로 전환하여 송환대기실 이용은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하도록 하고, 원하지 않을 때는 공항의 환승구역에서 자유롭게 머무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엔 협약국 전체 난민인정률은 38%인 것에 비해 한국 난민인정률은 6.7%라는 점에서 다른 산업화된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난민인정자수는 상당히 낮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소위 선진국들의 난민인정률보다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양한 통역자원 확보, 이의신청 절차개선, 국가정황 자료 확보 등 다방면에서 제도 개선이 여전히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난민에 대한 보호는 난민인정자 외에 인도적체류허가자에 대한 보호까지 포함하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난민인정률이 아닌 난민비호율이라고 표현합니다. 2015년 7월 말 현재 인도적체류허가를 받은 876명을 감안하면 난민비호율은 18% 정도입니다. 또한, 난민제도는 난민인정률 수치만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됩니다. 난민인정배경에는 난민인정의 기본적 요소 이외에 역사적, 경제·정책적 그리고 사회구조적 배경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역사적 배경은 과거에 식민지 종주국으로서의 부채의식을 가졌는지 여부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우리나라는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영국 또는 독일은 역사적인 부채의식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쟁으로 고통을 안겨준 과거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서 완화된 난민정책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경제·정책적 배경은 경제활동 가능 인구가 부족하여 외국으로부터의 인력수급 필요 여부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높은 난민인정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경제적 부흥에 투입될 노동력이 필요했던 유럽이 난민인정을 통해 이미지 쇄신 및 경제활동 가능 인구를 보충하였기 때문입니다. 사회구조적배경은 국가성립배경 및 이주자 유입에 관한 국민의 시선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같이 역사 300년에 불과한 전통적인 이민 국가들은 외부로부터 지속적인 이주자 유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이민국가가 아닐뿐더러 아직 난민과 관련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제·정책적 그리고 사회구조적 요소가 난민인정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처한 여러 가지 배경이나 환경을 아는 유엔난민기구(UNHCR)도 법무부에 난민인정절차 및 의사전달과 관련된 부분은 적극 권고를 하고 있지만, 난민인정률에 관하여는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와 같은 권고를 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전형적인 난민과 실제로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외국인 중 정부의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후 체류 기간이 만료될 때쯤 난민신청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입국 당시 해당 정부의 추천을 받고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라는 점과 국경지대 월경으로 유입되는 난민이 아니라 항공편을 통해 입국한다는 점에서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전형적인 난민들과는 다른 면이 적지 않습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난민을 포함한 이주민 수용으로 인해 기존의 저층 국민이 느끼는 위기감과 일자리 잠식 우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지속 가능한 난민과 이주민정책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시각과 접근이 필요합니다.
◆◆난민이 과거에 전문직 경력이 있었음에도 한국에서 난민인정을 받은 후에 흔히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이라고 불리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민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을 갖지 못하는 이유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난민법 제35조와 제36조에 규정되어 있는 학력인정과 자격인정에 관련된 법은 관계 법령에서 따로 정하지 않으면 학력 및 자격인정이 어렵게 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난민의 이주문제를 다루는 기관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법무부 소속으로 되어 있어 융합적이고 탄력적인 업무 수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불어 자격인정은 자격의 성격에 따라 관련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외국에서 취득한 변호사 자격의 경우, 국내에서는 외국법자문사 이외에는 활동할 수 없습니다. 반면, 의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면허를 받은 자로서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사면허를 받을 자격을 주게 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독립된 이민청 또는 외국인청이 생긴다면 법무부, 교육부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협력을 통해 실효적인 규정이 보다 용이하게 마련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운영과 같이 난민보호 및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어떠한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생이 할 수 있는 노력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난민 관련 통역지원입니다. 난민신청자들의 다양한 언어 때문에, 통역이 되지 않아 여전히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난민신청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난민신청과정에서 난민신청사유와 난민들의 의사전달이 중요한 만큼 외국어 능력을 갖춘 대학생들이 통역지원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학생들의 열린 마음가짐 및 시야 확장입니다. 난민을 비롯한 외국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서로 이해할 기회를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시야 확장을 통해 이 문제를 난민만의 문제로 제한되지 않고 국제정치와 외교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주이민 일반의 문제로서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합니다.
길시유(법14)·양가람(법14)·정혜린(법14)·갈윤선(법15)·정지우(법15) 기자
* 이 글은 법지 제33호 (2015)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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