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난민들의 새로운 ‘보금자리’ 될 수 있을까
난민수용에 대한 여러 시선 … ‘난민 수용국’ 우리나라의 현 위치
올해는 우리나라가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23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은 1945년 해방 이후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세계적인 난민 발생지였던 역사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은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선진국이라는 의미의 ‘난민 수용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2013년 7월부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지난 9월 초 피난처를 찾으러 지중해를 건너려다 터키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의 죽음으로 난민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7일 대한변호사협회는 ‘정부는 국제수준 난민정책을 시행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난민신청자 … 한국은 ‘바늘구멍’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한 인원은 2010년 423명에서 2014년 2,896명으로 최근 몇 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7월까지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신청자는 전체 난민신청자의 약 4.3%인 522명에 불과하다. 최근 내전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시리아 난민에게도 그 문턱이 높기는 마찬가지이다. 올해 7월까지 시리아에서 760여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그 중 3명만이 난민 지위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다른 570여명은 인도적 체류 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그쳤다. 이렇듯 난민신청자에 비해 난민인정자의 수가 적은 이유로는 체류기간 연장 등 다른 목적으로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난민인정에 관한 판례를 보면 난민 불인정의 최다 사유는 ‘신빙성 부족’이었다. 하지만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정부의 난민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난민법은 난민인정자에 한해 사회보장, 기초생활보장, 교육의 보장, 사회적응교육, 학력인정 등의 보호를 해주고 있다. 한편, 인도적체류자들은 추방되지는 않지만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장 혜택에서 제외되고 단순노무직에만 취업이 가능한 G-1(기타) 체류자격을 받아 사실상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 밖의 난민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생계비 및 주거시설, 의료 지원, 교육 등을 보장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모든 사람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인도적체류자가 의료비 부담으로 적절한 건강관리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인도적 체류 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권고했다.
난민 심사 과정과 결과고지에 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난민들이 자신이 왜 불인정 판결을 받았는지 모르고 있다. 언어 문제도 있지만 난민 심사 과정에서 불허 이유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난민 심사 과정이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실제 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할 사람들도 방어적인 심사 기준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난민수용, 엇갈린 반응… ‘상부상조’ 對 ‘자국민 복지 우선’
친(親)난민 정책을 펼치는 대표적인 국가인 독일은 유럽에서 난민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올해 난민 유입으로 연간 독일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난민 1명당 약 1만 2,000~1만 3,000유로(한화 약 160만~170만 원) 정도이다. 이같이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독일의 난민정책에는 인도주의와 함께 난민수용이 장기적으로 고령화·저성장 시대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실리주의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4일 독일 자동차기업 다임러의 CEO 디터 제체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난민의 대부분은 젊고, 기술력과 교육 수준이 높아 바로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호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인도적 차원으로 받아들인 난민들이 호주 납세자의 주머니 사정을 악화시키기보다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지난 9월 8일 보도했다. 난민들이 새로 정착한 나라에서 적극적인 생산 활동을 벌이고 세금을 내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준 것이다. 이에 대해 호주 통계청은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인 난민은 일반 이민자보다 훨씬 강한 기업가적 성향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반(反)난민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일부 독일의 극우주의자들은 난민 수용 센터를 공격하며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값싼 임금의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고, 난민 지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세금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에서도 일부 누리꾼들은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를 지적하며 난민 유입으로 야기될 수 있는 치안문제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또한, 난민을 돕기보다는 자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데 우선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난민 수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변화하는 한국의 난민정책
작년부터 우리나라 여야 국회의원들은 8건에 달하는 다양한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해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난민 심사 과정의 녹화 가능 사실 고지 ▲난민 불인정 결과 통지 시 통역 ▲공항에서의 난민신청 절차 개선 ▲인도적체류자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 등이다. 이러한 법안들은 전문가들로부터 절차적 문제의 해소와 인도적 체류자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개정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한편 정부는 지난 9월 21일 태국 난민캠프에 있는 미얀마 난민 가운데 약 30명을 국내로 데려와 난민 자격을 부여하고 정착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재정착 희망 난민’ 제도로 세계 28개국이 시행 중인 ‘찾아가 데려오는’ 난민 정책에 한국도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난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국격에 걸맞은 난민행정을 추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난민 심사관의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 UN난민기구와 정예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심사관 교육 내실화로 국제 수준의 난민심사를 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지수(법14) · 박수진(법15) 기자
* 이 글은 법지 제33호 (2015)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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