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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대로(law)

[法대로] 성추행 한의사 무죄 ‘논란’

성추행 한의사 무죄 논란

성추행 vs 정당진료' 그 진실은?

  

작년 2월 가슴과 난소에 이상이 있는 10대 여학생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가 법정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당 한의사는 진료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낀 환자 측의 고소로 법정에 섰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잇따른 의료인 성추행 사건이 문제 되고 있는 요즘, 해당 판결에 관한 비난 여론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작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진료 과정의 성희롱 예방 기준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 연구대상 1,000명 중 11.8%를 차지하였다. 이중 절반 이상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응답하였고, 31%도 해당 병원은 다시 방문하지 않는 등의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 의료법상 합법적인 신체접촉이 일부 허용되고, 특히 수기치료 중 성기부분과 가슴을 손으로 만지는 부분이 한의학서적에 나오는 만큼 법원은 행위를 추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접촉행위가 진료인지 추행인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법원은 환자의 불쾌감보다는 진료행위였다는 의사의 주장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법원이 성추행 피소 한의사에 대하여 계속해서 무죄나 감형을 선고함에 따라 치료과정에 꼭 필요한 행위였는지, 다른 의료인들도 수긍할 만한 상황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에 시행된 한의원 치료과정에 대한 설문조사에 응한 한의사 전원이 환자들에 대한 치료 내용 혹은 치료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한의사인 김도희 씨도 시사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예민한 부위를 치료하는데 설명과 동의가 없고, 의사가 직접 벗긴다는 행위 자체는 치료행위라 볼 수 없다며 진료를 빙자한 성추행이라고 일침을 가하였다.


사실 왜 이런 진료행위가 필요한지 의사가 환자에게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있었다면 법정 분쟁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의학 교육은 병을 배우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병의 진찰 과정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반응하는 태도에 대하여 배우는 과정이 따로 있지 않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제3자가 진료과정을 참석하는 샤프롱제도를 운용한다. 이는 3자가 객관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하여 환자의 피해를 방지하고 동시에 거짓 고발을 당할 수 있는 의료인도 보호하는 제도이다. 해당 나라에서는 이 제도의 시행 이후 의료인 성추행 사건의 빈도수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 사회도 환자와 의사가 서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마련과 환자를 배려하는 의사들의 태도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라지연 (법14, 법지 기자)


* 이 기사는 법지 별간호 제5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