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27년, 국가모독죄 위헌 결정
표현의 자유 제한하는 국가모독죄,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나.
【헌법재판소】2015. 10. 21. 선고 2013헌가20 결정 [구 형법 제104조의2 위헌제청]
구 형법 제104조의2(국가모독 등) |
①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
◈ 사건의 개요
이 사건 청구인은 국가기관 등에 관한 사실을 왜곡한 내용의 표현물을 작성, 보관한 후 외국인에게 교부하고 이를 외국 잡지에 번역, 게재되도록 하였다. 이로 인해 청구인은 외국인을 이용하여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과 위신을 해하였다는 이유로 구 형법 제104조의2(이하 심판대상조항)와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 위반으로 형이 확정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12년, 재심을 청구하였고 재심과정에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국민들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통해 다양한 토론과 논의를 막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였다.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본권을 과도히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청구인은 과거 국가의 언론 통제 상황과 심판대상조항의 삭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에 의문이 들고 형사처벌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역시 이를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
◈ 판단
▼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인정 여부
심판대상조항이 시행 될 당시 언론이 통제되고 있던 상황과 심판대상조항의 삭제 경위에 비추어 볼 때, 국가의 안전과 이익 및 위신 보전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라 볼 수 없다. 또한 형사처벌을 통해 개인의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심판대상조항의 목적달성에 기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 기본권 제한 여부
심판대상조항은 그 의미와 내용이 불명확하고 적용범위가 광범위한 형사처벌을 통해 국민의 국가와 국가기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위축시키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이는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되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
▼ 침해의 최소성 위반 여부
형법과 국가보안법에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다수의 처벌규정이 존재하며 국가나 국가기관은 허위사실 유포나 정보를 왜곡하는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의 수단으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
◈ 결론 및 이 판결이 갖는 의의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이 국가와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토론과 같은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더불어 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되므로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유신시절과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유신시절과 비교하여 볼 때, 현재의 정치적 상황은 민주주의 정신이 최우선의 가치로 인정되는 사회이다. 심판대상조항은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기 위하여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1988년 개정 형법에서 이미 삭제되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미 삭제된 구법 조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하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박주현 기자(법15)
* 이 글은 법지 제33호 (2015)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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